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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개관 제1절 지명이 갖는 의미

카테고리
화성의 지명유래
작성자
화성문화원
작성일
2025-04-11
조회
133


 

[지도-1. 『팔도군현지도(八道郡縣地圖)』「남양」(1760년)]​



 

지명을 왜 이야기하는가? 지명을 탐구하는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 어느 곳이든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왔고 또 살아가는 모습, 곧 그 문화를 얘기하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 곳 땅이름을 비롯한 언어부터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에 속해 있으면서 서해 바다에 연해 있는 화성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화성(華城)’이란 지명의 어원에서 출발하여 오랫동안 이곳 지역민들에 의해 호칭되어지는 여러 지명 및 방언을 탐구하여 이를 소개하는 것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땅 위에 붙여진 이름, 즉 지명(地名)은 조상들이 살다간 삶의 흔적이요 숱한 역사가 앙금처럼 누적된 문화의 제 1위적인 산물이다. 이러한 지명은 단순히 지표상의 한 지점을 다른 곳과 구분 짓기 위해 붙여진 이름만은 아니다. 이것은 그 이름이 지어지던 당시의 언어를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시대 그 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에서 후세인의 주목에 값한다.

 

그뿐인가. 땅이름 속에는 그 곳에 살던 조상들의 자연관을 비롯한 정서, 의식까지도 녹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하겠다. 지명을 칭하는 ‘토포님'(Toponym)이란 용어가 자연물이나 지형의 특성을 나타냄은 물론 그 이름이 생성된 유래나 변천 내용까지 포함되는 개념으로 쓰임은 그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지명을 찾고 그것을 탐구하는 작업은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 언어는 물론 풍속이나 의식·정서 등 문화 전반에 걸친 모든 것을 알아보는 최우선의 일이 된다.

이처럼 지명 그 자체가 제 문화요소의 결합체이다 보니 이에 대한 연구도 더욱 다양하고 세심해지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손쉬운 방법인 문헌자료의 검토는 말할 것도 없고 살아 있는 언어자료를 채집하기 위해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지명 및 방언의 현지조사도 아울러 병행되어야 한다. 문헌자료로서는 가장 오랜 기록인 『삼국사기(三國史記)』 지리지(地理志)를 비롯하여 『고려사(高麗史)』와 『세종실록(世宗實錄)』등의 지리지(地理志)나 해당 지역의 읍지(邑誌), 고지도(古地圖)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헌자료에는 지명의 명명(命名)과 개칭(改稱) 사실만을 기록하고 있을 뿐 그것의 생성 유래나 개칭의 근거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지명의 구체적이고 자세한 의미, 곧 지명어원(地名語源)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인데 이럴 경우 지명의 현지조사를 통하여 어느 정도 그 부족함을 보충할 수 있다.

 



[사진-1. 법정지명과 고유지명이 함께 표기된 버스 정류장 (정남면 오일리 여의동)]​

지명에는 해당 지역 현지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고유지명(固有地名, 혹은 傳來地名이라고도 한다)이 있고, 또 행정관서에서 사용되는 법정지명(法定地名)이 있다. 지명은 특성상 보수성이 매우 강한 특성이 있어서 행정상의 필요에 의하여 다른 한자어 지명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주민들은 여전히 전부터 써오던 고유이름을 고집하게 된다. 법정지명이 인위적인 작명임에 반해 흔히 ‘속칭'(俗稱), 또는 ‘속명'(俗名)이라 일컫는 고유지명은 그 지역 땅이름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어 이 분야 연구에서 요긴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런 전래지명 중에는 앞서도 말한 바처럼 그 지역의 지형이나 방위를 비롯하여 자연물의 특성, 유물이나 유적, 인물이나 사건, 신앙이나 생활습관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래지명들은 아득한 옛날부터 그 곳에 사는 주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성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들의 삶 속에서 우러난 이들 지명은 구전(口傳) 형식으로 전래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행정상, 기록상의 필요에 따라 한어화(漢語化)의 길을 밟는다. 말하자면 생성 당시 순수한 고유어로 불리어지던 땅이름이 공식화되어 문자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한자어로 변질된 것이다. 이는 신라 경덕왕 때의 지명 개혁 이래 관습화 된 것으로 모든 지명은 반드시 2자의 한자어로 지어져야 한다는 작명의 틀이 확립되어 오늘에 이른 결과이다.

 

지명 어휘의 한어화(漢語化)는 다시 한역화(漢譯化)와 한자화(漢字化)라는 두 갈래의 유형으로 나뉜다. 전자의 한역화는 고유이름의 문자화(표기) 과정에서 지명 고유의 뜻을 살려 한자어로 번역하는 경우이고, 후자의 한자화는 지명 표기에 쓰인 한자의 뜻과는 관계 없이 그 고유의 음을 살려 차자표기(借字表記)하는 방법을 이름이다. 현대인들이 지명 본래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할 때는 대부분 한자가 가진 뜻[訓]으로만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지명들이 한역화가 아닌 한자화, 곧 차자표기된 것이기 때문에 지명한자의 뜻풀이만으로는 그 본뜻을 알기가 어렵다.

한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화성의 지명중에 ‘매화리(梅花里)'란 이름의 마을이 두어 곳 있음을 안다. 이를 해석할 때 지명에 쓰인 한자의 뜻으로만 본다면 말 그대로 “매화꽃이 많이 피는 마을” 곧 매화마을이란 문학적인 멋진 이름이 된다. 비단 매화리 뿐만은 아니다. 화성시는 물론 인근 수원 등지에 꽃나무를 뜻하는 ‘매(梅)' 자(字) 계 지명을 많이 볼 수 있으니 예컨대 매송(梅松), 매향(梅香), 매곡(梅谷), 매교(梅橋), 매산(梅山), 매탄(梅灘)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마을들이 모두 매화꽃이 많아 아름다운 고을이어서 붙여진 이름일까?

매화(梅花)란 이름을 좀 더 철저히 따져보면 앞서 말한 대로 한자화 지명에 속하여 말 그대로 매화꽃과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알게 된다. 곧 ‘매'(梅)는 물[水]이 어두에 왔을 때의 변이형 ‘매'의 차음(借音)표기이며, 화(花)는 ‘고지> 곶' [串]을 나타낸 차훈(借訓)표기인 것이다. 매화의 ‘매(梅)'는 수원의 고구려 때의 이름 매골(買忽)의 ‘매(買)'와 동일어형의 또 다른 표기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매화(梅花)의 ‘화(花)'는 말 그대로 꽃(花)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타 지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상의 특징 곧 지형이 바다 쪽으로 돌출한 ‘고지'[串]란 말의 말모음 탈락형인 ‘곶'의 훈(訓)을 이용한 표기이다. 말하자면 매(梅)는 ‘매'의 차음표기요, 화(花)는 ‘곶'의 차훈표기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예를 든 매화(梅花)란 지명은 수원(水原)과 화성(華城)의 지명어원을 푸는 열쇠가 되는 결정적인 어사가 되므로 뒤에 자세히 논하게 된다.

다시 말하거니와 누구나 지명풀이에서 범하기 쉬운 오류는 이처럼 차자표기(한자화) 지명을 한역화 지명으로 오인한 데서 비롯된다. 화성이나 수원의 지명 해석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발간된 군지(郡誌)나 시지(市誌) 등의 지명어원에 대한 설명은 대체로 지명에 쓰인 한자의 뜻만으로 풀이했거나 아니면 세간에서 흥미 위주로 이야기되는 지명전설(유래)을 그대로 수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설은 말 그대로 전설일 뿐이다. ‘지명유래'란 항목을 다룸에 있어 특히 경계해야할 점이 이처럼 흥미 위주로 꾸며낸 전설을 사실상의 유래로 받아들이고 만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발간되는 『화성시사(華城市史)』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본고에서는 차자표기 지명의 정확한 해독(解讀)을 통하여 화성의 지명어원 및 지명유래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말하자면 단순히 한자의 뜻에 구애된 지명풀이나 객관적으로 검정 받지 못한 지명전설은 여기서 철저히 배제하려고 한다. 미리 밝혀둘 점은 이 지역 역시 행정구역의 변동이 심했기에 인근의 수원이나 안산, 오산 등지의 지명도 함께 다루어지는 예도 있을 수 있다.